전설따라 꽃길따라 삼천리. 🥀

혹 상사화를 아시나요.
아니 들어보긴 하셨나요.
꽃에 얽힌 전설따라 함 가볼까요.
옛날, 한 절의 아래 마을에
꽃비 라는 아리따운 처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꽃비는 어머니를 따라
절에 갔다가 잘생긴 젊은
스님을 보고 반했다.
꽃비는 그 후 틈만 나면 절에 가서
그 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스님의 법명(이름)이
도각道覺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날이 갈수록 도각 스님을 향한
꽃비의 마음은 연정으로 변해갔다.
도각 스님도 꽃비를 좋아 하기는 마찬가지.
두 사람은 봄이면
꽃을 따고, 여름에는 풀피리를
함께 불었다.
그리고 가을이 되어 스산한
바람이 불면 도각 스님 방에서
따끈한 차를 나누어 마시면서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았다.
본시 스님은 속인과 사랑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런데 도각 스님의 스승인
큰스님이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었다.
‘큰스님’은 법랍(스님의 나이)이
많은 스님을 공경해서 부르는 호칭이다.
어느 날, 도각 스님은
큰스님에게 불려가
호된 꾸중을 들었다.
“도각아, 불제자는 속가의 여인과
정분을 나누어서는 아니 된다.
그처럼 삿된 것에 빠지고서야
어찌 불도를 이루겠느냐!
하니, 너는 이제 멀리 선원으로 가
1000일간 참선과 함께
참회의 기도를 하거라.”
선원은 스님들이 문밖 출입을
금한 채 참선을 하며
불도를 닦는 곳이다.
도각 스님은 큰스님의 지엄한
훈계에 변명할 겨를도 없이
봇짐을 싸 걸머지고 천리 멀리 선원으로 갔다.
뒤늦게 도각 스님을 만나기 위해
절에 간 꽃비는 스님이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그리고 공양간(절의 식당)
보살(여자 신도)들에게
도각 스님의 행방을 물었다.
하지만 모두가 “도각 스님은 멀리 떠났다.”
고만 할 뿐,
어디로 갔는지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집에 돌아온 꽃비는 낙심해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누웠다.
어머니가 아무리 그 연유를 물어도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낮이고 밤이고 울기만 했다.
어머니는 결국 꽃비가 도각 스님을
좋아한 나머지 상사병에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외동딸 꽃비를 위해
백방을 수소문해 용한 의원을 불러
진맥하고 처방한 탕약을
먹이려 했으나 꽃비는 아예 입을
굳게 다물고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어머니는 절에 가
큰 스님을 친견(직접 만나 보는 것)하고
“제 딸이 다 죽게 됐으니
도각 스님을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하고 간청했다.
하지만 큰스님은 “보살님, 도각이
어디로 갔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하고 잘라 말했다.
꽃비는 이렇게 도각 스님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날을 지새다
기력이 쇠해져 죽고 말았다.
원래 상사병에는 상대 이성을
만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이다.
꽃비가 죽은 이듬해,
도각 스님이 기거했던 절
요사寮舍채 앞 마당에
붉은 꽃이 피어났다.

이파리도 없이, 우뚝 솟은 꽃대에
새빨간 꽃이 피어난 것이다.
마치 꽃비가 목을 길게 빼고
방안의 도각 스님을
보고 있는 것처럼.
그런데 이 꽃은 이처럼
이파리가 지고 난 뒤에야 꽃대가
돋아나 꽃이 피는 거였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매우 신기하게
여기며 스님을 그리워하다 죽은
꽃비의 영혼이 꽃으로 환생 했다고 여겼다.
그리고 이파리와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 하여,
이때부터 이 꽃을 상사화라 불렀다.
연인을 그리워하다 상사병에
걸려 애처럽게 명을 달리한
한 여인의 고귀한 자태와 연민이
고스란히 꽃이된 서글프고 애닮픈
사연이 있는 상사화 이네요.🥺
전설따라 꽃길따라. ~~🥀
